이 영상 하나로 시작된 이태리 요리 기행

 

 요리수업 듣다  큰 맘 먹고 한덩어리 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 치즈가 남았다. 해먹을 요리를 찾다가 위 youtube 영상을 찾았다. 베이컨,달걀만 있으면 할 수 있을것 처럼 만만해 보여 따라해 봤더니 간단해 보였는데 비슷하게 나오는건 쉽지 않았다. 화력, 순서 다 주의 해서 살펴야 한다. 고기 굽는 정도, 기름의 양, 중간 키친타올 하나 쓱 넣어 기름을 걸러내는 동작도 이유가 있더라. 과장해 초단위로 잘 살펴봐야 한다. 영상을 여러번 돌려보며 반복했다. 그 와중에 맛은 광명이 찾아왔으니 '수제 천연가공 구안찰레(guanciale), 양질의 잘 숙성된 레지아노 치즈, 신선한 유정란, 직접 뽑은 면을 구비한 레스토랑에서 이태리 셰프가 요리하지 않는 한 ' "당분간 밖에서 사먹지 않겠다!"라 단언할 만큼 좋았다.  잘 숙성된 하드치즈, 말린 염장 돼지고기 볼살 같은게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 치즈와 베이컨을 사서 대체 해 꽤 만들어 먹었는데, 먹을 땐 좋은데 원인모를 간지러움과 입술붓기로 밤새 괴로워서 멈췄다. 추정컨데(병원가서 검사를 받은 것은 아님.) 내게 그라나 파다노 시판치즈에 들어있다는 리소짐(lysozyme) 또는  베이컨에 들어가는 화학가공식첨가물 알러지가 있는 것 같았다. 제대로 준비된 재료로 먹으면 얼마나 맛날까!    

 요란 피우지 않고, 자그만 칼 하나와 도마, 어떨땐 주먹하나로 마늘 하나 깨서 으깨넣는 박력 그자체 Antonio 옹의 무심내공에 반하여  Youtube 영상을 따라 쫓아가다 보니 Antonio Carluccio , Gennaro, BBC 다큐 <Two Greedy Italians>, Gennaro & Jamie Oliver 가 굴비처럼 엮여 주렁주렁 매달려 나온다. 

 


<Two Greedy Italians > BBC 제작, 일부 클립영상
 BBC HOME : http://www.bbc.co.uk/programmes/b01gk0b2

 

영국에서 활동하는 안토니오 & 제나로 이태리 셰프가 이태리를 여행하며 지역을 소개하고 그 지역요리를 직접 선보이는 다큐멘타리. 굳이 번역하자면 <두 식신 or 걸신 이태리인> 이라 해야 할까. 요리와 음식에 이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반응하다니. 이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식신들임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시리즈 각각 4편씩 2011년 1과 2012년 2를 방영했다 . 더 찍을 수도 있다는 군불 떼는 소식이 좀 들린다. BBC 라 역시 다큐멘타리가 우수하다. 40년 전 떠나온 이태리에서 보낸 자신들의 어린시절, 이태리 각 지역에 얽힌 이야기, 지역음식 2-3가지. 구성도 그저 딱 맞춤. 미국서 건너온 이태리 음식이 아니라 진짜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이태리 요리는 한국의 음식과 닮았다. 올리브유에 마늘과 고추로 향을 내고, 멸치젓 대신 앤초비를 넣고, 질긴 고기 덩어리와 잡뼈들을 모아 넣고, 청주 대신 와인을 넣어 잡내를 날리고, 고추장 대신 토마토 퓨레를 넣고 부글부글 끓여 다진 초록 대파 대신 다진 파슬리잎를 뿌려내는 라구(Ragu) 소스는 매운갈비찜이나 감자탕과 비슷하다.  따뜻한 한철 북부 제노아 지방 산골 사람들이 지천에 널린 바질을 모아 마늘 올리브유 페코리노 치즈(양젖치즈)에 절여놨다가 국수에 비벼먹거나 빵에 발라먹는 바질 페스토(Pesto)도 알고보면 된장 박은 깻잎 짱아찌처럼 옛 사람들의 지혜였다.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이 달라 손이 많이가고 까다롭고 접시 냄비 한가득 쌓이는 애증의 한식과 달리, 냄비 하나, 칼 하나, 재료 몇개로 30분이면 한끼 식사가 뚝딱 마련되고 길어도 딴짓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누군가의 희생없는 요리방식에 호기심이 실천으로 옮겨가게 한다. 미국식 생크림이나 우유 대신 숙성된 발효 레지아노 치즈 한가득 뿌려 마무리하는 장면까지 멋져부러 치즈 그레이터 (처음엔 곱게 가루처럼 갈아지는 fine grater 38004 했다가 치즈맛이 익숙해지고 시간걸려 extra coarse professional grater 를 더 자주 쓴다 ) 바로 주문했다. 요리때마다 흘러 나오는 엔니오 마리꼬네의 일포스티노 (Il Postino) 삽입곡, 시네마 천국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  할아버지들 요리하는 모습만 봐도  아련해지고 흐뭇해져 지금까지 가끔 즐겨보는 다큐멘타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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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Greedy Italians 1&2> < Pasta - Antonio Carluccio> <Slow Cook Italians- Gennaro Contaldo> <FoodTube-The Pasta Book / Gennaro Contaldo > 


내 요리책 구입의 시작. 요리책의 세계도 파산 각 나오게 정말 많다. 영국에서 출판한 책이라 배송비는 쎈데 책 값이 미국보다 훨~ 저렴해서 비교끝에 아마존 UK 에서 직배송. 일주일만에 라면박스같은게 부실하게 포장되어 책 모서리 찌그러진채로 현관앞에 놓여있었는데, 예상보다 책 내용이 고급져서 반갑고도 구겨진 책에 살짝 가심에 스크래치 났다. 알고보니 영국에서 나온 책은 지금까지 내가 구입했던 요리책에 한정해 판단해 보면! 꽤 고급이다. 사진도 멋지고 컨텐츠도 잘 만들고 배송비가 다 잡아먹지만 기본 책값도 싸다!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에서, 그리고 실제로 따라해봐도 유전자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맛이 나지 않는데도 영국 셰프가 스타가 많은 이유도 영어라는 기본 이유에 출판 품질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해본다. 게다가 계량 단위가 국제표준이라 한국과 같아 kg/g/섭씨를 쓰고, 파운드/온스/화씨 쓰는 미국책 보다 보기 수월하다. 재료 용어는 조금 차이나서 처음엔 실수한다. ( 가지 aubergine(영) -> eggplant(미) )   

* 서양 요리 역사는 짧아도 과학적 분석, 수치,계량화가 잘 되어 있고 영어권 요리책은  동사 하나로 미묘한 조리방법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사라지거나 놓칠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 있어서 가급적 원문을 보는걸 추천한다. ( 예를 들어 굽기 하나도 - 브로일링, 시머링, 로스팅, 브레이징, 시어링 ... 다 다르다 ).

 우연히 시기가 맞아 감사하게도 1년 정도 요리모임에서 주제로 삼아 평균 1주 1~2개씩 적지않은 요리를 해보았다.  ( 흔치 않은 서양요리용 생 허브가 요새 요리붐을 타고 마트나 백화점 또는 인터넷에서 구입할 곳이 보여서 부지런만 떨면 구할 수도 있었다.  이태리산 플럼토마토, 00 파리나 밀가루,  듀럼밀,  각종 치즈,  올리브,  와인식초 같은 이태리 요리 재료도 서울 기준으론 백화점마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팔고 있다. )

Two greedy Ital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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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방송국에서 낸 홍보 책자 정도 수준일 줄 알고 팬심 소장용으로 주문했는데, BBC 가 책마저도 잘 만든다! 방송에 더하여 지역별 소개와 레시피가 아주 충실하다. 사진도 좋고, 따라하다보면 지역별 특산물이나 요리의 특징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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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amari in Umido ( Braised Squid in Tomato ) / two greedy Italians eat ITALY 106p

케이퍼, 엔초비, 마늘, 고추를 볶다가 오징어를 화이트와인에 날려 체리토마토를 약한 불에서 45분간 졸인 요리. 오징어 볶음 요리와 비슷한데 오랜 시간 졸여서 오징어가 질길 줄 알았는데 의외 깊은 맛이 났다. 가끔 이태리 레스토랑 메뉴보면 오징어 한가닥 멋지게 담아 전채요리로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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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beroni e Granchio con Aglio e Peperoncino
King Prawns and Crab with Garlic and Chilli 
<The Greedy Italians eat Italy> 110p 새우와 게살에 이태리 파슬리. 새우나 갑각류 해산물 종류는 올리브오일, 마늘, 고추, 화이트와인, 이태리 파슬리 ( 없으면 파 ) 에 레몬 마무리하면 정~~말 궁합이 좋다. 

Antonio Carluccio의 <Pasta> :

북부출신 이라 설까... 성향인지 재료도 간단하고 과한 양념을 선호하지 않는 편. 그대신 재료가 특이하거나 뭐든 손으로 직접 한다. 방식도 깔끔하고 깨끗한 맛이 나는 레시피가 주였다. 나이와 경륜의 셰프답게 레서피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못해본 게 많다.  듀럼밀 쿠스쿠스,  토끼고기, 판체타, 자주 뿌려주는 송로버섯,  다양한 사이즈의 파스타 생면 같은 것은 구경만 꿀꺽. Antonio 는 영국에서 이태리 요리의 대명사로 불리고 연세가 있어 주로 한번씩 큰 행사에 주로 참여하는 정도로 활동하고 있다. 오래사시길. (2017년 11월 8일 돌아가셨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시길...) 
 

 - Antonio Carluccio (1937) ,  http://antonio-carluccio.co.uk/  , https://www.carluccios.com
    Youtube 주제 <안토니오 칼루치오> : https://www.youtube.com/channel/UC7f7ckhSNOotPMEDnN5EL9w
    https://twitter.com/CookCarluccio

   

Gennaro 의 Slow Cook Italians 

의외의 다크호스. 다큐멘타리에선 그저 어릴적 안토니오에게 찾아온 남부 시골 출신 사투리를 숨기는 어린 제나로 모습 그대로 안토니오를 잘 따르는 후배동생 같은 모습이었는데, 레시피는 따라 해볼 때마다 거의 실패가 없었다.남부쪽 음식이 진하고 해산물과 엔초비, 채소등을  듬뿍 넣는데다 이 책 주제는 슬로우 푸드라 오래 끓이면 뭐든 맛이 좋았다. 이태리식 소고기 스튜, 해산물 파스타, 미트볼 파스타, 가지 구이 찜, 뿌리채소 오븐구이 뭐든 다 예상외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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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lla Pugliese con cozze / baked rice with mussels  / <Slow Cook Italians> 98p 참고 


빠예야와 비슷한 티엘라(tiella)요리. 스페인이 16세기 점령한 나폴리 왕국 소속, 이태리 풀리야 주( Puglia 지도상 힐 부분) 에서 먹는 농촌요리. 남부는 외세 침략과 수탈로 가난했기 때문에 감자와 다양한 채소, 생선을 넣고 쌀과 함께 오븐에서 구워놓고 하루 일이 끝나면 먹었다한다. 위에 뿌린 생쌀은 누룽지같고, 그 맛이 묘하게 깊은 맛의 리조또가 된다. 

Gennaro Jami's Food Tube :

The pasta Book: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 ) 와 함께 한 Youtube / FoodTube 채널 레시피북. 영상도 참고하며 할 수 있고, 초보입문으로 가장 저렴하면서 효과가 좋은 책이다.  열정이 얼마나 전염성이 높은지 아저씨가 요리하는 모습만 봐도 하고싶은 마음이 막 생긴다. 단언컨대 뭐든 따라해보면 '이걸 내가!'라며 깜짝 놀랄 맛이 난다. 누가 처음 물어보면 권하고 싶은 책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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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n Baked Tomato sauce  <The Pasta Book ( Gennaro )> 

15분정도 투자하면 방울 토마토가 요리로 돌변. 파스타 면 기초 토마토소스였는데 이미 시식하다 바닥드러낸 토마토 오븐 구이 

 

   Jamie oliver's FoodTube  
   Gennaro channel : https://www.youtube.com/channel/UCU-9aBTeP3pJVutFppAr4Ng
    https://twitter.com/gennarocontal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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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케타 Bruschetta

기타 이해를 위해 추천하고 픈 이태리 관련 책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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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 할까? /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랜덤하우스 
   무려 움베르토 에코의 서문. 이태리 음식의 유래를 알고플 때 좋은 안내서. 전세계를 장악한 유명한 누텔라 초콜릿, 치즈, 올리브유, 남미에서 넘어온 감자와 옥수수가루 이야기. 

앗 뜨거워(Heat)/빌 퍼포트/ 해냄출판사
   기자가 실제 뉴욕과 이태리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는 고군분투기. 노른자로 파스타 반죽하기도 기자가 묘사하면 이렇게 실감나고 맛깔난다.  

맛의 천재,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쓰다.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책세상 
  암호 같던 이태리요리 용어가 쏙쏙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역사로 풀어내는 요리이야기는 참 재밌다. 

 O Italy Unpacked Series 1 ~3 & Sicily Unpacked 

     미술평론가 Andrew Graham Dixon 과 요리사  Giorgio Locatelli 의 이태리여행 다큐. 이태리 곳곳을 누비며 그 지역의 역사와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 준다. 볼로냐의 세가지 특징, 이탈리 파시즘과 미래파, 르네상스인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듣기 어렵다. 여행가기 전에 미리 보면 더 좋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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